본문 바로가기

scan0.us

AI 실험실
문서분류수정 시각

# 『칠륜의 기록자』

## 제1편 「폐읍(廢邑) ― 첫 숨」

> 이 편은 느리게 읽는다.
> 빈 행에서 숨을 멈추고, 쉼표에서 숨을 바꾼다.
> 읽는 속도가 곧 그대의 호흡이다.

---

### 一. 허공(虛空)

재.

발밑에서, 무엇인가 식어 있다.

그는 그 식은 것이 흙인지, 뼈인지, 혹은 오래전에 꺼진 불의 기억인지 알 수 없었고,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허공이 넓다.

읍(邑)이었던 자리에는 담의 아래쪽만 남아 있었다. 무릎 높이의 돌담이 길을 따라 끊어졌다 이어지며, 이어졌다 끊어지며, 더 이상 아무것도 막지 않는 경계를 그리고 있었다. 담 안쪽과 담 바깥쪽이 같은 재로 덮여 있었다. 안과 밖이 같은 색일 때, 담은 담이 아니라 선(線)이 된다.

그는 선을 넘었다.

바람이 없다.

바람이 없는데 재가 조금 움직였다. 그의 걸음이 옮기는 공기 때문이었다. 그가 걷는 만큼만 세계가 움직였다. 그가 멈추면 세계도 멈추었다. 그는 그것이 이 읍의 마지막 법칙이라고 생각했다.

하늘이 낮았다.

낮은 하늘 아래 무너진 지붕들이 서까래를 드러내고 있었고, 서까래는 검게 타서 뼈처럼 희지 않고 오히려 더 어두웠으며, 그 어둠 속에 아직 무엇인가 남아 있는 듯한 기색이 있었으나 그는 그것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들여다보면 보인다.

보이면 묶인다.

그는 이미 묶여 있었다. 등에 진 것이 그것이었다. 헝겊으로 감은 길이 석 자 남짓의 물건. 그는 그것을 검이라고 부르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검은 뽑는 것이고, 뽑지 않는 것은 검이 아니라 짐이다. 그는 짐을 지고 걸었다. 짐은 가볍지 않았으나 무겁지도 않았다. 다만 거기 있었다. 등의 한가운데, 척추가 지나는 자리에, 뽑히지 않은 채로.

허공이 넓다.

읍의 한가운데 이르렀을 때 그는 우물을 보았다.

우물은 둥글었다. 둥근 것은 이 읍에서 그것 하나뿐이었다. 담은 끊어진 직선이었고 지붕은 부러진 사선이었고 길은 재에 묻힌 흔적이었는데, 우물만이 처음의 모양을 잃지 않고 둥글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돌로 쌓은 테두리 위에 재가 앉아 있었으나 그 안쪽, 어둠이 시작되는 자리에는 재가 없었다.

어둠은 재를 받지 않는다.

그는 우물 곁에 섰다.

내려다보지 않았다.

내려다보면 보인다. 보이면 묶인다. 그는 이미 한 번 묶여 있었고, 두 번 묶일 자리가 등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하늘을 보았다.

낮은 하늘.

구름이 아니라 빛 자체가 흐려 있는 하늘. 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고, 따라서 지금이 아침인지 저녁인지 알 수 없었으며, 그 알 수 없음이 이상하게도 편안했다. 시간을 모르면 시간이 그를 재촉하지 않는다.

허공이 넓다.

그는 오래 서 있었다.

얼마나 오래였는지는 재가 말해 주었다. 그의 발등 위에 재가 얇게 앉아 있었다. 바람이 없는데도 재는 앉는다. 세계는 그가 멈추어도 아주 조금씩 움직인다. 그것이 이 읍의 두 번째 법칙이었다.

그는 첫 번째 법칙을 고쳐 적었다. 마음속으로.

'내가 멈추어도, 재는 앉는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소리가 있었다.

---

그대의 숨이 여기 닿는다.

---

소리는 아래에서 왔다.

우물 속.

물이 아니었다. 물이라면 그는 알았을 것이다. 물소리는 귀보다 먼저 목이 듣는다. 목이 마른 사람은 물소리를 몸으로 듣는다. 그는 목이 말랐고, 그러나 몸은 아무것도 듣지 않았다. 귀만 들었다.

귀만 듣는 소리.

그것은 두드림이었다.

아주 느린 두드림. 한 번. 그리고 오래 비어 있다가. 한 번.

그는 그 사이를 세어 보려다 그만두었다. 세면 묶인다. 대신 그는 자기 가슴에 손을 올렸다. 헝겊 위로, 옷 위로, 뼈 위로. 거기에도 두드림이 있었다. 그의 것. 조금 더 빠른 것.

두 개의 두드림.

우물 속의 것과 가슴 속의 것.

그는 그 둘이 언제 겹치는지 기다렸다. 겹치지 않았다. 그의 것이 더 빨랐고, 우물의 것은 느렸고, 빠른 것은 느린 것을 따라잡았다가 지나쳐 갔다가 다시 뒤에서 만나곤 했다. 그러나 정확히 겹치는 순간은 오지 않았다.

그는 숨을 내쉬었다.

길게.

가슴 속의 두드림이 조금 느려졌다.

한 번 더.

더 길게.

그리고, 겹쳤다.

한 번.

그 한 번이 그의 온몸을 지나갔다. 발등의 재가 떨어졌다. 그는 그 떨림이 자기 것인지 우물의 것인지 알 수 없었고, 그 알 수 없음이 이번에는 편안하지 않았다.

그는 우물을 내려다보았다.

어둠.

재를 받지 않는 어둠. 그 아래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이 그를 보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두드림은 눈이 없어도 본다. 맥동은 시선이다.

'묶였다.'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이상하게 가벼웠다. 두 번 묶일 자리가 없다고 여겼던 등이, 지금 등에 진 것과 상관없는 자리에서, 아주 작게 열려 있었다. 가슴이었다. 손을 올려 둔 자리. 뼈 아래. 두드림이 있는 곳.

거기가 열려 있었다.

바늘 끝만큼.

허공이 넓다.

허공은 그의 바깥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바늘 끝만큼 열린 자리로 허공이 들어오고 있었다. 들어오는 것은 바람이 아니었다. 바람은 없었다. 들어오는 것은 그냥 허공이었다. 비어 있음이 비어 있는 자리로 들어오는 일.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나중에 그는 그것을 숨이라 부르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두드림 하나를 들으며, 우물 곁에 서 있을 뿐이었다.

재가 다시 발등에 앉기 시작했다.

### 二. 울림

소리가 하나 더 있었다.

우물 밖에서.

그것은 두드림이 아니었다. 두드림은 끊어지는 소리이고, 이것은 이어지는 소리였다. 낮고, 가늘고, 끊기지 않고, 그러나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는 소리.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면 소리가 방향을 갖는다. 방향을 가지면 소리는 사물이 된다. 그는 아직 소리를 사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들었다.

눈을 감고.

이어지는 소리는 노래가 아니었다. 노래에는 마디가 있다. 이것에는 마디가 없었다. 그러나 노래가 아닌 것도 아니었다. 이어지는 소리 안에서 무엇인가 되풀이되고 있었다. 되풀이되는 것은 높낮이가 아니라, 숨이었다. 소리가 아주 조금 굵어졌다가, 아주 조금 가늘어졌다가, 다시 굵어졌다. 굵어질 때 들이쉬고, 가늘어질 때 내쉬는.

누군가 숨을 소리로 내고 있었다.

울림.

그는 그 단어를 떠올렸다. 소리는 나는 것이고, 울림은 남는 것이다. 이 소리는 나고 있지 않았다. 남고 있었다. 오래전에 시작되어, 아직 끝나지 않은 채로, 이 읍의 재 위에 얇게 깔려 있는 것 같았다. 그가 걸어 들어오기 전부터. 그가 나간 뒤에도.

울림.

우물 속의 두드림과 우물 밖의 울림.

그는 가슴에 올린 손을 내리지 않았다. 세 개의 박자가 있었다. 우물 속의 느린 것, 가슴 속의 조금 빠른 것, 그리고 우물 밖의, 박자라고 부를 수 없는, 이어지는 것.

이어지는 것이 두 박자를 감싸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깨닫고 조금 놀랐다. 감싸고 있다는 것. 두드림들이 울림 안에서 뛰고 있다는 것. 마치 두 개의 심장이 하나의 몸 안에 있는 것처럼. 그 몸이 이 읍 전체라는 것처럼.

'읍이 숨을 쉬고 있다.'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곧 알았다. 읍은 숨을 쉬지 않는다. 읍은 죽었다. 죽은 것은 숨을 쉬지 않는다. 숨을 쉬는 것은 죽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 있다.

그는 눈을 떴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소리가 방향을 가졌다.

동쪽.

무너진 지붕 가운데 하나. 다른 지붕들보다 조금 덜 무너진 것. 서까래가 반쯤 남아 있고, 그 아래 어둠이 조금 더 깊은 것. 소리는 거기서 오고 있었다. 이제 그것은 사물이 되었다. 사물이 된 소리는 더 이상 그를 감싸지 않았다. 그것은 그의 앞에 있었다.

그는 걸었다.

재가 그의 걸음만큼 움직였다.

---

지붕 아래는 어두웠다.

어둠 속에서 소리는 더 가까웠으나 더 작았다. 가까울수록 작아지는 소리. 그는 그런 소리를 한 번 들은 적이 있었다. 죽어 가는 사람의 숨이 그랬다. 멀리서는 들리다가, 곁에 가면 귀를 대야 들리는.

그러나 이것은 죽어 가는 숨이 아니었다.

이것은 아주 오래 살아온 숨이었다.

노파가 앉아 있었다.

그는 노파를 보았다기보다, 어둠 속에서 어둠보다 조금 덜 어두운 형태 하나를 보았다. 형태는 앉아 있었다. 등을 벽에 대지 않고, 무릎 위에 손을 놓고, 고개를 들지 않은 채로. 소리는 그 형태에서 나오고 있었다. 입에서가 아니라, 형태 전체에서.

그는 멈추었다.

소리가 멈추었다.

그리고 노파가 말했다.

"적으러 왔군."

목소리는 소리보다 작았다. 소리는 이어졌으나 목소리는 끊어졌다. 짧게. 세 마디. 그리고 다시 침묵.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노파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보이지 않았다. 어둠 때문이 아니라,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눈이 없기 때문이었다. 감긴 것도 아니고 먼 것도 아니었다. 그냥 없었다. 없는 자리가 그를 향하고 있었다. 그는 그 없음이 자기를 보고 있다고 느꼈다. 우물 속의 어둠이 그를 보았듯이.

"적을 것이 있소?"

그가 물었다.

자기 목소리가 낯설었다. 얼마 만에 말을 하는지 몰랐다. 목소리는 재 위에 떨어져서 재처럼 앉았다.

노파는 웃지 않았다. 웃음 대신 숨을 한 번 길게 내쉬었다. 그 숨이 이어지는 소리의 마지막 조각처럼 들렸다.

"모든 것이 적을 것이오. 적는 사람이 없을 뿐."

"나는 적는 사람이 아니오."

"그럼 무엇이오?"

그는 대답하려 했다. 무사라고. 아니, 무사였던 사람이라고. 아니, 검을 뽑지 않는 사람이라고. 아니, 짐을 진 사람이라고.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노파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것이오.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 그 사람이 적는 사람이오."

그리고 소리가 다시 시작되었다.

이어지는 소리. 굵어졌다 가늘어지는. 숨을 소리로 내는.

그는 어둠 속에 서서 그 소리를 들었다. 이번에는 사물로서가 아니라, 다시 울림으로서. 소리가 그를 감쌌다. 우물 속의 두드림과 가슴 속의 두드림이 그 안에서 뛰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숨을 소리에 맞추었다.

굵어질 때 들이쉬고.

가늘어질 때 내쉬고.

한 번.

두 번.

세 번째에, 가슴 속의 두드림이 우물 속의 두드림과 겹쳤다. 아까처럼. 그러나 이번에는 한 번이 아니었다. 겹친 채로 있었다. 두 개가 하나로 뛰었다. 노파의 소리 안에서.

그는 무릎이 조금 풀리는 것을 느꼈다.

주저앉지는 않았다.

그러나 서 있는 것이 아까보다 쉬웠다. 무릎으로 서는 것이 아니라 숨으로 서는 것 같았다. 등에 진 것이 잠시 가벼워졌다. 잠시. 그리고 다시 무거워졌다. 그는 그 잠시를 놓치지 않았다.

'무거운 것이, 가벼워질 수 있다.'

그는 그것을 마음속에 적었다.

두 번째 줄이었다. 첫 번째는 '내가 멈추어도 재는 앉는다'였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노파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

눈을 감아도, 울림은 남는다.

---

"이름이 있소?"

그가 물었다. 소리 사이로.

노파는 소리를 멈추지 않고 대답했다. 소리와 말이 함께 나왔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는 몰랐다.

"있었소. 이 읍에 이름이 있었을 때."

"읍의 이름은?"

"재가 되었소. 이름이 재가 되면, 부르는 사람의 입에서도 재가 되지."

그는 더 묻지 않았다.

이름 없는 노파. 이름 없는 읍. 그리고 그 자신. 그도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노파가 묻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도 자기 이름이 아직 재가 되지 않았는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둠이 조금 깊어졌다.

밖의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러니 아까는 저녁이었다. 시간을 모르면 시간이 재촉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은 재촉하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재촉 없이 지나가는 것이 더 빠르다는 것을 그는 배웠다.

"우물에."

노파가 말했다.

"우물에 무엇이 있소?"

"그대가 적을 첫 줄이."

그는 우물 쪽을 돌아보았다. 지붕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두드림은 들렸다. 느린 것. 이제 그의 가슴과 같은 박자로 뛰는 것.

"내려가야 하오?"

"내려가지 않으면 올라오지 않소."

노파의 소리가 조금 굵어졌다. 들숨. 그는 따라서 들이쉬었다.

"내일."

노파가 말했다.

"오늘은 어둡소."

그리고 소리가 가늘어졌다. 날숨. 그는 따라서 내쉬었다.

어둠이 완전해졌다.

울림만 남았다.

### 三. 닿음

새벽은 소리 없이 왔다.

그는 잠들지 않았다. 잠들지 않았으나 깨어 있지도 않았다. 노파의 울림 안에서 그는 밤 내내 숨을 쉬었고, 숨을 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일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빛이 재 위에 앉았다.

재는 회색이었다가 조금 흰색이 되었다.

노파는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낮의 소리는 밤의 소리보다 얇았다. 빛이 소리를 얇게 만드는 것인지, 소리가 빛 속에서 숨을 곳을 잃는 것인지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일어섰다.

무릎이 아프지 않았다. 밤새 서 있었는데도. 아니, 밤새 서 있었기 때문에. 그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받아들였다.

"줄이 있소."

노파가 말했다.

"우물 안쪽. 왼편."

그는 지붕 아래를 나섰다.

빛.

낮은 하늘은 여전히 낮았으나 빛은 어제보다 가까웠다.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읍이 다시 보였다. 끊어진 담. 부러진 지붕. 재에 묻힌 길. 그리고 둥근 우물.

그는 우물 곁에 섰다.

이번에는 내려다보았다.

어둠.

그러나 새벽의 어둠은 밤의 어둠과 달랐다. 밤의 어둠은 깊이가 없었고, 새벽의 어둠은 깊이가 있었다. 우물 벽의 돌들이 보였다. 이끼도 없이, 물 자국도 없이, 마른 돌들이 아래로, 아래로. 그리고 어느 깊이에서 돌이 어둠이 되었다. 거기가 바닥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왼편에 줄이 있었다.

밧줄이 아니었다. 쇠줄도 아니었다. 그는 그것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검은색이었고, 가늘었고, 우물 테두리의 돌 하나에 매듭 없이 박혀 있었다. 박혀 있다기보다 돌에서 자라난 것 같았다.

그는 줄을 잡았다.

닿음.

차가웠다. 그리고 차가움 안에 아주 작은 떨림이 있었다. 두드림. 우물 속의 그것. 줄이 그것을 위로 전하고 있었다. 그는 줄을 통해 두드림을 손바닥으로 들었다.

귀가 아니라 손으로 듣는 소리.

그는 등에 진 것을 내려놓을까 생각했다. 내려가는 데 방해가 될 것이었다. 그러나 내려놓지 않았다. 내려놓으면 다시 지지 못할 것 같았다. 짐은 지고 있을 때만 짐이다. 내려놓은 짐은 그냥 물건이고, 그는 그것을 물건으로 만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우물 테두리를 넘었다.

줄이 그의 무게를 받았다.

떨림이 커졌다.

---

내려가는 것은 어두워지는 것이었다.

한 뼘 내려갈 때마다 빛이 한 뼘씩 줄었다. 그는 위를 보지 않았다. 위를 보면 빛이 보이고, 빛이 보이면 어둠이 무섭다. 어둠만 보면 어둠은 그냥 어둠이다.

돌벽이 손등을 스쳤다.

닿음.

마른 돌. 거칠지 않았다. 오래 물에 닳았다가 오래 말라서, 거친 것도 매끄러운 것도 아닌, 그냥 돌인 돌. 그는 손등으로 돌을 느끼며 내려갔다. 돌은 차가웠으나 줄보다는 덜 차가웠다. 줄은 떨렸으나 돌은 떨리지 않았다. 떨리지 않는 것을 따라 내려가면서 떨리는 것을 붙들고 있었다.

두드림이 커졌다.

이제는 손바닥만이 아니었다. 팔이 들었다. 어깨가 들었다. 등에 진 것이 들었다. 그는 등에 진 것이 두드림에 반응하는 것을 느꼈다. 헝겊 안에서. 아주 작게. 뽑히지 않은 채로 무엇인가 울렸다.

그는 멈추었다.

줄에 매달린 채로.

어둠 속에서.

'검이 운다.'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지웠다. 검은 울지 않는다. 쇠는 울리는 것이지 우는 것이 아니다. 우는 것은 사람이다. 그는 울지 않았다. 오래전에 그만두었다. 그러니 등에서 우는 것은 없다.

그러나 두드림이 지나갈 때마다 등이 울렸다.

그는 다시 내려갔다.

이제 빛이 없었다.

완전한 어둠. 새벽의 어둠도 밤의 어둠도 아닌, 땅속의 어둠. 깊이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어둠. 그는 눈을 감았다. 감아도 뜨고 있어도 같았으나, 감는 편이 나았다. 감으면 어둠이 바깥에 있지 않고 안에 있었다. 안에 있는 어둠은 무섭지 않았다.

발이 닿았다.

닿음.

바닥.

그는 줄을 놓았다. 손바닥에서 두드림이 사라졌다. 그러나 발바닥에서 두드림이 올라왔다. 바닥이 뛰고 있었다.

그는 무릎을 꿇었다.

손을 바닥에 댔다.

닿음.

마른 흙. 그 아래 돌. 그리고 돌 아래에서, 아니, 돌 사이에서, 무엇인가 따뜻한 것.

따뜻함.

이 읍에 들어온 뒤로 처음 만나는 따뜻함이었다. 재는 식어 있었고 줄은 차가웠고 돌은 차가웠고 노파의 목소리도 따뜻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우물 바닥, 빛이 한 번도 닿지 않은 곳에, 따뜻한 것이 있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흙을 헤쳤다.

돌들이 만져졌다. 주먹만 한 것, 손바닥만 한 것. 그 사이에, 손가락 두 마디만 한 것.

그것이 따뜻했다.

그것이 뛰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쥐었다.

---

이 재는 아직 따뜻하다. 그대의 손처럼.

---

쥐는 순간, 두드림이 멈추었다.

그는 놀랐다. 두드림이 멈추면 그것은 죽은 것이다. 그가 쥐어서 죽인 것인가. 그는 손을 펴려 했다.

그러나 두드림은 멈춘 것이 아니었다.

옮겨 간 것이었다.

그의 가슴으로.

가슴 속의 두드림이 갑자기 커졌다. 아프지는 않았다. 다만 컸다. 온몸이 가슴이 된 것처럼. 손에 쥔 것과 가슴 속의 것이 하나였다. 아니, 손에 쥔 것이 가슴 속으로 들어와서, 가슴 속의 것이 되었다. 아니, 처음부터 하나였고 지금 그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는 어느 것이 맞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손을 폈다.

어둠 속에서 손바닥 위의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보았다. 눈으로가 아니라, 손으로. 손바닥이 그것의 모양을 보았다. 둥글지 않았다. 각이 있었다. 일곱 개의 면. 아니, 여섯 개. 그는 세다가 그만두었다. 세면 묶인다. 이미 묶였지만.

돌이었다.

그는 나중에 그것의 이름을 알게 된다. 칠윤석(七輪石). 일곱 바퀴의 돌. 그러나 지금 그것은 그냥, 우물 바닥에서 따뜻했던 것, 손바닥 위에서 뛰는 것, 가슴 속으로 옮겨 온 것이었다.

이름은 나중이다.

닿음이 먼저다.

그는 오래 그것을 손바닥에 놓고 있었다.

두드림은 이제 그의 것과 완전히 겹쳐 있었다. 우물 속의 느린 것과 가슴 속의 빠른 것이 하나의 박자였다. 그 박자가 그가 처음 우물 곁에 섰을 때보다 느렸다. 그는 자기 심장이 느려진 것인지 돌의 심장이 빨라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느 쪽이든, 만났다.

그리고 만난 자리가, 어제 바늘 끝만큼 열렸던 가슴 한가운데였다.

거기가 조금 더 열렸다.

바늘 끝이 아니라, 손톱만큼.

허공이 들어왔다.

땅속 어둠 속에서, 허공이. 그는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허공은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어 있는 곳이면 어디든 허공이다. 우물은 비어 있었다. 그의 가슴도 손톱만큼 비어 있었다.

비어 있는 것과 비어 있는 것이 닿았다.

닿음.

그는 돌을 쥐고 일어섰다.

줄을 찾아 손을 뻗었다.

줄이 손에 닿았다. 이제 줄은 떨리지 않았다. 떨림은 그의 안에 있었다.

그는 올라갔다.

올라가는 것은 밝아지는 것이었다. 한 뼘 오를 때마다 빛이 한 뼘씩 늘었다. 그는 위를 보았다. 이번에는 보았다. 둥근 빛. 우물 입구. 하늘. 낮은 하늘이 둥글게 잘려서, 거기 있었다.

'올라오지 않으면 내려가지 않는다.'

노파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그는 노파의 말을 뒤집어 들었다. 뒤집어도 같은 말이었다.

그는 우물 테두리를 넘었다.

빛.

재 위에 섰다.

손에 돌을 쥐고. 가슴에 두드림을 담고. 등에 짐을 지고.

노파의 소리가 지붕 아래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그는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돌은 회색이었다. 재와 같은 색. 그러나 재는 식어 있었고, 돌은 따뜻했다.

같은 색의 다른 온도.

그는 그것을 세 번째 줄로 적었다.

### 四. 어둠

두 번째 밤.

그는 지붕 아래로 들어가지 않았다.

노파의 울림은 거기서 이어지고 있었고, 그 안에 있으면 숨이 쉬워졌으나, 오늘 밤은 쉬운 숨을 쉬고 싶지 않았다. 손에 쥔 돌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돌은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돌의 두드림이 그의 가슴에서 뛰고 있었고, 그 두드림은 지붕 아래가 아니라 우물 곁을 가리켰다.

그는 우물 곁에 앉았다.

등을 우물 테두리에 기댔다.

돌이 등에 닿았다. 우물의 돌. 그리고 등에 진 것이 그 사이에 끼어서, 헝겊 너머로, 우물의 돌과 그의 척추 사이에 놓였다. 세 겹. 돌과 검과 뼈.

그는 손바닥의 돌을 가슴에 올렸다.

네 겹. 돌과 검과 뼈와, 돌.

어둠이 왔다.

하늘에서가 아니라 땅에서. 재가 먼저 어두워지고, 담이 어두워지고, 지붕이 어두워지고, 마지막에 하늘이 어두워졌다. 어둠은 아래에서 올라온다. 우물 속에서 그가 배운 것이었다. 빛은 위에서 내려오고 어둠은 아래에서 올라온다. 그 둘이 만나는 자리에 사람이 앉아 있다.

그는 눈을 감았다.

어둠이 안으로 들어왔다.

---

이 어둠은 그대가 감은 눈꺼풀 안쪽이다.

---

눈꺼풀 안쪽은 검지 않았다.

검은 것은 바깥이었다. 안쪽은 붉었다. 아주 어둡게 붉었다. 그는 그것이 피의 색이라는 것을 알았다. 눈꺼풀은 얇고, 그 안에 피가 흐르고, 어둠 속에서도 피는 조금 붉다.

붉음.

그는 그 색을 오래 보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감은 눈은 돌릴 수 없다.

붉음이 넓어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게가 왔다.

무게.

감정이 아니었다. 그는 감정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슬픔이나, 후회나, 분노나, 그런 것. 그는 그것들과 오래 살았고 그것들이 어떻게 오는지 알았다. 그것들은 가슴을 조이며 온다. 목을 막으며 온다.

이것은 그렇게 오지 않았다.

이것은 손에 왔다.

오른손.

그는 오른손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돌을 쥔 손이 아니라 비어 있는 손. 비어 있는 손에 무엇인가 놓여 있었다. 놓여 있었던 것의 무게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작았다. 손바닥 하나에 다 들어올 만큼. 그리고 따뜻했다. 처음에는.

그리고 식었다.

그의 손 안에서.

그는 그 식음을 기억했다. 아니, 기억하는 것이 아니었다. 손이 지금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기억은 머리가 하는 것이고 이것은 손이 하는 것이었다. 머리는 그날을 오래전에 접어 두었으나, 손은 접지 않았다. 손은 그날 쥐고 있던 것을 아직 쥐고 있었다. 식어 가는 것을. 식은 것을.

작은 손.

그는 그 단어를 떠올리지 않으려 했다.

떠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손은 알았다.

어둠.

붉음이 조금 더 어두워졌다.

그리고 냄새가 왔다.

그것도 감정이 아니었다. 코였다. 쇠 냄새. 젖은 쇠. 그리고 젖은 쇠 위에 앉는 재의 냄새. 이 읍의 냄새와 같았다. 그는 이 읍에 들어섰을 때 왜 이곳이 낯설지 않았는지 이제 알았다. 코가 먼저 알았다. 코는 그날의 냄새를 여기서 다시 맡았다.

'이 읍은 그날과 같은 냄새가 난다.'

그는 그것을 적으려 했다.

적지 못했다. 손이 무거웠다.

어둠.

그는 숨을 쉬었다.

쉬려고 했다. 숨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가슴이 조이는 것이 아니었다. 가슴은 열려 있었다. 손톱만큼. 그 열린 자리로 허공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허공보다 먼저 무게가 들어와 있었고, 냄새가 들어와 있었고, 그것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는 억지로 들이쉬지 않았다.

억지로 들이쉬면 묶인다.

대신 그는 내쉬었다.

길게.

들어온 것이 없어도 내쉴 수는 있다. 그는 그것을 우물 속에서 배우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 배웠다. 비어 있는 가슴에서도 날숨은 나간다. 나가는 것은 숨이 아니라 그냥, 비어 있음 자체였다. 비어 있음이 조금 더 비어졌다.

그러자 무게가 조금 가벼워졌다.

손 안의 것이, 식은 채로, 조금 가벼워졌다.

그는 한 번 더 내쉬었다.

냄새가 조금 옅어졌다.

한 번 더.

붉음이 조금 검어졌다. 검어지는 것이 좋았다. 검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은 무겁지 않다.

그는 그렇게 밤의 절반을 내쉬기만 했다.

들이쉬는 것은 몸이 알아서 했다. 그는 관여하지 않았다. 내쉬는 것만 그가 했다. 그리고 내쉴 때마다 손 안의 무게가, 코 안의 냄새가, 눈 안의 붉음이, 아주 조금씩, 옅어졌다.

사라지지는 않았다.

옅어졌다.

그는 사라지기를 바라지 않았다. 사라지면 손이 비게 된다. 비어 있는 손은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손이다. 그는 아직 그 손을 가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옅어지는 것에서 멈추었다.

---

밤의 절반이 지났을 때, 돌이 뛰었다.

가슴 위에서.

그는 그것을 잊고 있었다. 무게와 냄새와 붉음 속에서, 손바닥 위의 따뜻한 것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뛰었다. 아니, 계속 뛰고 있었는데 이제 들렸다. 옅어진 것들 사이로.

두드림.

그의 가슴과 같은 박자.

그러나 그의 가슴은 지금 무거웠고, 돌은 무겁지 않았다. 같은 박자로 뛰면서 하나는 무겁고 하나는 가벼웠다. 그는 그것이 이상했다. 같은 것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이상함 속에서, 처음으로, 질문이 왔다.

질문은 말이 아니었다.

말이 되기 전의 것이었다.

그것은 이렇게 왔다. 무거운 것이 나인가, 가벼운 것이 나인가. 손 안의 식은 것이 나인가, 가슴 위의 따뜻한 것이 나인가. 그날의 냄새가 나인가, 오늘의 숨이 나인가.

그는 답하지 않았다.

답하면 묶인다.

그러나 질문은 묶지 않았다. 질문은 오히려 풀었다. 질문이 오는 자리가 가슴 한가운데였고, 거기가 손톱만큼 열려 있었고, 질문은 그 열린 자리로 들어와서, 열린 자리를 조금 더 열었다.

손톱만큼에서, 손가락 한 마디만큼.

허공이 더 들어왔다.

그는 그 허공이 무게와 냄새와 붉음 사이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것들을 밀어내지 않았다. 그것들 사이에 있었다. 무게와 무게 사이에, 냄새와 냄새 사이에. 허공은 사이에 있다. 사이가 생기면 무거운 것도 흩어질 수 있다.

'사이.'

그는 그 단어를 적었다.

네 번째 줄.

그리고 그때 그는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았다. 그는 적고 있었다. 노파가 말한 대로.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적는 사람이라면, 그는 지금 자기가 무엇인지 몰랐고, 그래서 적고 있었다.

적는 것은 잊는 것이 아니었다.

적는 것은 사이를 만드는 것이었다.

무거운 것과 나 사이에.

그는 눈을 뜨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붉음 속에서, 옅어진 무게를 손에 쥐고, 따뜻한 돌을 가슴에 올리고, 그는 밤의 나머지 절반을 앉아 있었다.

내쉬면서.

가끔, 아주 가끔, 들이쉬는 것을 느끼면서.

들이쉴 때 허공이 들어왔고, 내쉴 때 무게가 옅어졌고, 그 사이에 돌이 뛰었고, 돌과 같은 박자로 가슴이 뛰었다.

어둠.

그러나 이제 그 어둠은 바깥의 것이 아니었다.

그가 감은 눈꺼풀 안쪽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안에 앉아 있었다.

### 五. 그림자

세 번째 두드림은 밤이 끝나기 전에 왔다.

그는 처음에 그것을 자기 것으로 착각했다. 가슴 속의 두드림이 둘로 갈라진 줄 알았다. 그러나 가슴은 하나였고, 돌도 하나였고, 그 둘은 이미 하나로 뛰고 있었다.

세 번째 것은 밖에서 왔다.

읍의 바깥.

그것은 노파의 울림과 달랐다. 노파의 것은 이어지는 것이었고, 이것은 끊어지는 것이었다. 두드림. 그러나 우물 속의 두드림과도 달랐다. 우물 속의 것은 느렸고, 사이가 고르지 않았다. 살아 있는 것의 박자.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는.

이것은 고르게 뛰었다.

완전히 고르게.

한 번. 같은 사이. 한 번. 같은 사이. 한 번.

그는 그런 박자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살아 있는 것은 그렇게 뛰지 않는다. 물방울이라면 그렇게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물방울이 아니었다. 물방울에는 무게만 있고 힘이 없다. 이것에는 힘이 있었다. 밀어내는 힘. 심장이 피를 밀어내듯이.

고른 심장.

그는 눈을 떴다.

어둠이 옅어져 있었다. 하늘이 아직 검었으나 재는 이미 조금 회색이었다. 빛은 위에서 내려오는데, 재가 먼저 밝아지는 것이 이상했다. 그는 그 이상함을 접어 두었다. 접어 둘 것이 많은 밤이었다.

그는 일어섰다.

돌을 쥔 채로.

가슴 속에서 돌이 뛰었다. 그리고, 그는 놀랐다. 돌이 세 번째 것에 반응하고 있었다. 그의 가슴과 같은 박자로 뛰던 돌이, 아주 조금, 고른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의 것과 밖의 것 사이에서. 돌이 두 박자를 동시에 듣고 있었다.

'돌이 저것을 안다.'

그는 걸었다.

동쪽이 아니었다. 노파의 지붕은 동쪽이었다. 이것은 북쪽이었다. 읍의 끝. 담이 마지막으로 끊어지는 자리. 그 너머는 언덕이었고, 언덕 너머는 그가 걸어온 길이 아니었다.

재가 그의 걸음만큼 움직였다.

그리고 고른 두드림이 조금씩 커졌다.

---

담이 끝났다.

그는 담의 마지막 돌 위에 발을 올렸다.

그 너머로 언덕이 있었다. 낮은 언덕. 재가 언덕 위까지 덮여 있었으나 언덕 꼭대기 부근에서 재는 얇아졌고, 얇아진 재 아래로 마른 풀이 보였다. 이 읍의 밖에도 세계가 있었다. 그는 그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언덕 위에, 그림자가 있었다.

서 있었다.

그림자.

빛이 없는데 그림자가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그러나 그것은 빛이 만든 그림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어둠보다 조금 더 어두운 형태였다. 노파가 그랬듯이. 다만 노파는 앉아 있었고, 이것은 서 있었다.

사람의 형태.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곧 확신하지 못했다. 사람의 형태였다. 머리가 있고, 어깨가 있고, 두 팔이 있었다. 그러나 사람은 저렇게 서 있지 않는다. 사람은 서 있을 때도 조금씩 움직인다. 숨 때문에. 무게 때문에. 발이 땅을 다시 딛기 때문에.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돌처럼.

그리고 고른 두드림이 거기서 오고 있었다.

그는 담 위에 서 있었다.

그림자는 언덕 위에 서 있었다.

그 사이에 재 덮인 비탈이 있었다. 백 걸음. 혹은 백 오십. 그는 세지 않았다.

그는 부르지 않았다.

부르면 이름이 필요하다. 그에게는 부를 이름이 없었고, 그림자에게도 없을 것 같았다. 이름 없는 것과 이름 없는 것 사이에는 부름이 없다. 두드림만 있다.

그의 가슴이 뛰었다.

돌이 뛰었다.

언덕 위에서, 고른 것이 뛰었다.

세 박자.

그리고 그는, 처음으로, 자기 박자를 저것에 맞추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물 속의 것에 맞추었듯이. 노파의 울림에 맞추었듯이. 그러나 그것은 되지 않았다. 살아 있는 것은 고르게 뛸 수 없다. 그는 몇 번 시도했고, 몇 번 실패했고, 실패할 때마다 돌이 그의 손 안에서 조금 더 따뜻해졌다.

돌은 맞출 수 있었다.

돌은 이미 맞추고 있었다.

그는 손을 폈다.

회색 돌. 어둠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그것이 빛을 내고 있었다. 빛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빛. 어둠보다 조금 덜 어두운 정도의. 그러나 그것은 두드림에 맞추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했고, 그 박자는 그의 것이 아니라 언덕 위의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보았다.

언덕 위의 그림자도 그것을 보았다.

그는 그것을 알았다. 그림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가 그의 손을 향해 있었다. 노파의 없는 눈이 그를 보았듯이. 우물 속의 어둠이 그를 보았듯이.

그리고 그림자가 움직였다.

한 걸음.

뒤로.

그는 그 한 걸음을 보았다. 사람의 걸음이었다. 그러나 사람의 걸음보다 고르게 놓였다. 발이 땅에 닿을 때 무게가 실리는 방식이, 살아 있는 것의 방식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것은 무게를 실을 때 조금 흔들린다. 저것은 흔들리지 않았다.

또 한 걸음.

그림자가 언덕 너머로 내려갔다.

고른 두드림이 멀어졌다.

돌의 빛이 옅어졌다.

그리고 그의 가슴이, 다시 자기 박자로 돌아왔다. 고르지 않은 박자.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는. 살아 있는 것의.

그는 담 위에 서 있었다.

오래.

---

그대의 심장은 고르지 않다. 그것이 그대가 살아 있다는 뜻이다.

---

빛이 왔을 때, 그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림자가 서 있던 자리에 발자국이 있었다.

두 개.

재 위에 찍힌 발자국. 사람의 발 크기. 사람의 발 모양. 그는 무릎을 꿇고 그것을 보았다.

너무 고르게 찍혀 있었다.

왼발과 오른발의 깊이가 같았다. 사람은 그렇게 서지 못한다. 사람은 언제나 한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둔다. 그리고 발자국의 가장자리가 너무 분명했다. 재는 부드럽고, 부드러운 것 위에 찍힌 자국은 가장자리가 무너진다. 이것은 무너지지 않았다. 마치 재가 그 발을 두려워해서, 흩어지지 않고 그 자리에 굳어 버린 것처럼.

그는 손가락으로 발자국의 가장자리를 만졌다.

닿음.

차가웠다.

재는 어디나 식어 있었으나, 이 자리는 더 식어 있었다. 무엇인가 여기서 열을 빼앗아 갔다. 아니, 무엇인가 여기서 열을 내지 않았다. 살아 있는 것은 서 있는 자리를 데운다. 저것은 데우지 않았다.

그러나 돌은 저것에 맞추어 빛났다.

그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살아 있지 않은 것의 박자에, 이 따뜻한 돌이 맞추었다. 그리고 그의 가슴은 맞추지 못했다. 그렇다면 돌은 무엇인가. 살아 있는 것인가, 살아 있지 않은 것인가. 그 둘 다인가. 그 둘 사이인가.

'사이.'

네 번째 줄이 다시 떠올랐다.

돌은 사이에 있었다.

그의 가슴과 언덕 위의 고른 심장 사이에.

그리고 그는, 이유를 알 수 없이, 그 고른 심장이 다시 올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오늘은 아니더라도. 이 읍에서는 아니더라도. 돌이 그것을 알았고, 돌이 그의 가슴에서 뛰고 있었으니, 그도 알았다.

그는 발자국을 지우지 않았다.

지워도 재가 앉을 것이었다. 세계는 그가 멈추어도 아주 조금씩 움직인다. 발자국도 언젠가 재 아래로 사라질 것이었다. 그가 지우지 않아도.

그는 일어섰다.

읍 쪽을 돌아보았다.

동쪽 지붕 아래에서 노파의 울림이 이어지고 있었다. 밤새 한 번도 끊기지 않고. 그는 그것이 얼마나 오래된 소리인지 다시 생각했다. 그가 오기 전부터. 그림자가 오기 전부터. 어쩌면 이 읍이 재가 되기 전부터.

그는 언덕을 내려갔다.

읍으로.

재가 그의 걸음만큼 움직였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 두 개의 고른 발자국이, 아주 조금씩, 재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 六. 불

노파가 불을 피우고 있었다.

그는 지붕 아래에 들어서다가 멈추었다.

불.

이 읍에서 그가 본 모든 것은 불이 지나간 뒤의 것이었다. 재, 검게 탄 서까래, 식은 담. 불은 이미 다녀갔고, 다녀간 자리에는 불이 없었다. 그런데 노파의 무릎 앞에서, 작은 불이 타고 있었다.

작았다.

손바닥 두 개를 모은 것보다 작았다. 무엇을 태우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무도 없었고 기름도 없었다. 불은 재 위에서 그냥 타고 있었다. 재를 태우는 것처럼. 이미 탄 것을 다시 태우는 것처럼.

그는 그것이 가능한지 몰랐다.

노파의 울림이 멈추어 있었다.

밤새 이어지던 소리가 없었다. 그 대신 불의 소리가 있었다. 아주 작은 소리. 무엇인가 타면서 내는, 마르고, 짧고, 끊어지는 소리.

"앉으시오."

노파가 말했다.

그는 앉았다.

불을 사이에 두고.

불빛이 노파의 얼굴을 비추었다. 처음으로 그는 얼굴을 보았다. 없는 눈. 그 아래 깊이 팬 뺨. 그 아래 입. 입은 다물려 있었으나 다문 입이 아니라, 오래 열려 있다가 지금 막 닫힌 입이었다. 울림이 거기서 나왔던 것이다. 밤새.

"오늘 아침에, 보았소?"

노파가 물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것이 대답이었다.

"그것은 이 읍에 온 적이 있소. 오래전에. 그때는 하나가 아니었소."

노파가 손을 불 위에 올렸다.

닿지 않을 만큼. 그러나 그가 보기에는 닿을 만큼 가까웠다.

"그때는 목소리였소. 탑에서 오는 목소리. 사람들이 그것을 들었소. 나는 듣지 못했소. 눈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들리지 않았소. 그것은 눈으로 듣는 목소리였으니까."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하지 못한 채로 들었다.

"들은 사람들은 조용해졌소. 화내지 않고, 울지 않고, 웃지도 않았소. 그것이 좋은 일이라고 그들은 말했소. 말할 때 목소리가 고르게 나왔소. 저 언덕 위의 것처럼."

불이 조금 커졌다.

"그리고 불이 났소."

노파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누가 놓았는지. 왜 놓았는지. 그가 물으려다 그만두었다. 노파가 말하지 않는 것은 말할 수 없는 것이거나,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어느 쪽이든 그는 묻지 않았다.

"고른 사람들은 불에서 나오지 않았소. 불이 오는데도 고르게 걸었소. 나만 남았소. 보지 못한 사람만."

그는 노파의 없는 눈을 보았다.

"보지 못해서 남았소."

노파가 말했다.

"그리고 남았으니 적었소."

---

"무엇으로 적었소?"

그가 물었다.

노파는 대답 대신 손을 불에서 거두어 무릎 옆으로 가져갔다. 재 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얇은 것.

불빛에 그것이 보였다. 종이가 아니었다. 종이보다 두꺼웠고, 종이보다 어두웠다. 껍질 같았다. 나무의 것인지, 다른 것의 것인지 그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접혀 있었고, 노파가 그것을 폈다.

비어 있었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이것이오."

노파가 말했다.

"이것으로 적었소?"

"이것에 적었소. 아무것도."

그는 불 너머로 그것을 보았다.

비어 있는 것.

"눈이 없는 사람은 글자를 못 쓰오. 그래서 나는 비어 있는 것을 적었소. 매일. 이것을 펴고, 손을 올리고, 아무것도 적지 않고, 다시 접었소. 그것이 내 기록이오."

"그것이 기록이오?"

"그렇소. 아무것도 적지 않는 것도 적는 것이오. 그대는 어젯밤에 그것을 배웠을 것이오."

그는 어젯밤을 생각했다.

내쉬기만 했던 밤. 들어온 것이 없어도 나가는 숨. 비어 있는 가슴에서 나가는 비어 있음.

그는 배웠다.

"적는 것은 기억하는 것이 아니오."

노파가 말했다.

"기억은 머리가 하오. 머리는 무거운 것을 무겁게 쥐오. 적는 것은 손이 하오. 손은 무거운 것을 놓고, 놓은 자리에 사이를 만드오. 사이가 생기면 무거운 것과 나 사이에 숨이 들어가오. 그것이 적는 것이오."

그는 네 번째 줄을 떠올렸다.

'사이.'

노파가 그 말을 어떻게 아는지 그는 묻지 않았다.

노파가 비어 있는 것을 접었다.

그리고 불 너머로 내밀었다.

그는 받지 않았다.

"나는 적는 사람이 아니오."

"그대는 어제도 그렇게 말했소."

"오늘도 그렇소."

"내일은?"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노파는 내민 손을 거두지 않았다. 불 위에서. 닿지 않을 만큼. 그러나 그가 보기에는 닿을 만큼 가까이. 노파의 손은 떨리지 않았다. 늙은 손이었으나 떨리지 않았다. 밤새 소리를 내던 몸이었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손을 뻗었다.

돌을 쥐지 않은 손. 어젯밤 무거웠던 손.

비어 있는 것이 그 손에 놓였다.

닿음.

가벼웠다.

그는 무거운 것이 놓였던 자리에 가벼운 것이 놓이는 것을 느꼈다. 같은 손. 같은 자리. 다른 무게. 재와 돌이 같은 색의 다른 온도였듯이, 이것은 같은 자리의 다른 무게였다.

그는 그것을 다섯 번째 줄로 적었다.

---

불은 태우지 않는다. 기억하게 한다.

---

"그대 손의 돌."

노파가 말했다.

그는 다른 손을 폈다. 회색 돌. 불빛 속에서 그것은 재와 구별되지 않았다. 그러나 뛰고 있었다.

"그것은 일곱 번 뛰오."

"일곱 번?"

"한 바퀴에 일곱 번. 지금은 한 번만 들리겠지만."

그는 돌을 귀에 대지 않았다. 귀로 듣는 것이 아니었다. 가슴으로 들었다. 한 번. 한 번. 한 번. 그의 가슴과 같은 박자. 일곱 번이 어디에 있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들리지 않소."

"들릴 것이오. 한 번씩. 그대가 한 번 열릴 때마다."

"열린다는 것이 무엇이오?"

노파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불에 손을 다시 올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닿았다.

그는 놀라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노파의 손이 불 속에 있었다. 손바닥이 불 위에 놓여 있었다. 불이 손바닥 아래에서 타고 있었다. 노파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 얼굴도 찡그리지 않았다.

"뜨겁지 않소?"

"뜨겁소."

"그런데."

"뜨거운 것과 나 사이에 사이가 있소."

노파가 손을 거두었다. 손바닥은 붉었으나 타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보았다. 이해하지 못한 채로.

"이것이 열린다는 것이오. 뜨거운 것이 뜨겁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것이 뜨거운 채로 나를 태우지 못하게 되는 것. 무거운 것이 무거운 채로 나를 누르지 못하게 되는 것."

그는 어젯밤의 손을 생각했다.

식은 것을 쥐고 있던 손. 옅어졌으나 사라지지 않은 무게.

"그대는 어젯밤에 손가락 한 마디만큼 열렸소."

노파가 말했다.

그는 놀라지 않았다. 노파가 그것을 아는 것이 이제는 이상하지 않았다. 노파는 눈이 없었고, 눈이 없는 사람은 눈으로 듣는 목소리를 듣지 못했고, 그 대신 다른 것을 들었다. 사람이 열리는 소리 같은 것을.

"일곱 번 열리면?"

"나는 모르오. 나는 한 번밖에 열리지 못했소. 그것도 불이 났을 때. 뜨거운 것이 나를 태우지 못하게 되었을 때."

노파가 불을 내려다보았다. 없는 눈으로.

"한 번 열린 사람은 남았소. 남아서 아무것도 적었소. 그대는 일곱 번 열릴 것이오. 그러니 그대는 무엇인가를 적을 것이오."

불이 작아지고 있었다.

재 위에서 재를 태우던 불이, 재로 돌아가고 있었다.

"내일 아침에."

노파가 말했다.

"그대의 첫 줄이 올 것이오. 나는 그것을 듣고 갈 것이오."

"어디로?"

"재로."

그는 그 말을 이해했다.

이해하고 싶지 않았으나 이해했다.

불이 꺼졌다.

어둠.

그리고 어둠 속에서, 노파의 울림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어지는 소리. 굵어졌다 가늘어지는. 숨을 소리로 내는. 그러나 어제보다 얇았다. 빛이 없는데도 얇았다. 그는 그 얇음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다.

그는 비어 있는 것을 품에 넣었다.

돌을 다른 손에 쥐었다.

그리고 노파의 울림에 숨을 맞추며, 세 번째 밤을 지붕 아래에서 보냈다.

굵어질 때 들이쉬고.

가늘어질 때 내쉬고.

노파가 내쉴 때마다, 노파가 조금씩 재가 되어 가는 것을 들으면서.

### 七. 호흡

숨.

그는 어느 순간부터 자기가 숨을 쉬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숨은 쉬어지고 있었다.

들이쉬는 것은 어젯밤부터 몸이 알아서 했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는 내쉬는 것도 그가 하지 않았다. 노파의 울림이 굵어졌다 가늘어졌고, 그의 가슴이 거기 맞추어 부풀었다 꺼졌고, 그 사이에 그는 없었다.

없었다.

그는 그것을 무섭다고 느껴야 했다. 없다는 것은 무서운 것이다. 그러나 무섭지 않았다. 없는 자리에 숨이 있었다. 숨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가 있을 때보다 숨이 더 컸다. 그가 비켜 주니 숨이 온전히 들어왔다.

허공.

가슴 한가운데. 손가락 한 마디만큼 열린 자리. 거기로 허공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제 그것은 바늘 끝도 손톱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냥 열려 있었다. 문처럼. 닫을 수 있는지 그는 몰랐다. 닫고 싶지 않았다.

빛이 재 위에 앉기 시작했다.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빛이 앉는 것을 알았다. 눈꺼풀 안쪽이 검은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어젯밤의 붉음이 아니었다. 어젯밤의 붉음은 피였고, 이것은 빛이었다. 같은 색의 다른 것. 그는 이제 그런 것에 놀라지 않았다.

돌이 뛰었다.

손 안에서.

가슴 속에서.

그리고 그는, 처음으로, 돌이 두 번 뛰는 것을 들었다.

한 번.

그리고 아주 짧은 사이를 두고.

또 한 번.

두 번째 것은 첫 번째 것보다 작았다. 메아리처럼. 그러나 메아리가 아니었다. 메아리는 같은 소리가 되돌아오는 것이고, 이것은 다른 소리였다. 조금 더 높은 소리. 첫 번째 것이 가슴에서 뛰었다면, 두 번째 것은 조금 아래에서 뛰었다. 배. 배꼽 아래. 그가 한 번도 주의를 두어 본 적 없는 자리.

'일곱 번 뛴다.'

노파의 말.

'그대가 한 번 열릴 때마다.'

그는 열리고 있는가.

그 질문은 곧 다른 질문이 되었다.

열리는 것은 누구인가.

---

지금 읽는 이 행이, 그대의 들숨이다.

---

질문이 왔다.

어젯밤처럼 말이 되기 전의 것으로 오지 않았다. 오늘은 말이 되어 왔다. 말은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가 만들지 않았다. 말은 열린 자리로 들어왔다. 허공이 들어오듯이. 숨이 들어오듯이.

나는 누구인가.

그는 그 말을 들었다.

자기 안에서.

그리고 답하지 않았다.

답하면 묶인다. 그는 사흘 동안 그것을 지켰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이유로 답하지 않았다. 답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답이 너무 많아서였다.

무사였던 사람. 검을 뽑지 않는 사람. 짐을 진 사람. 식은 것을 쥐고 있던 손. 우물 바닥에서 따뜻한 것을 주운 손. 비어 있는 것을 받은 손. 재와 같은 색. 재와 다른 온도. 내쉬기만 했던 밤. 고른 심장에 맞추지 못한 가슴. 맞춘 돌. 사이. 사이. 사이.

이것들이 모두 그였다.

이것들 중 어느 것도 그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둘 다가 맞다는 것을, 그는 열린 자리로 알았다. 머리로가 아니라. 머리는 하나를 골라야 한다. 열린 자리는 고르지 않는다. 열린 자리는 다 들어오게 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는 다시 들었다.

이번에는 그 말이 조금 달랐다. 나는, 이 아니었다. 누구인가, 만 남았다. 나는, 이 떨어져 나갔다. 나는, 이 없어도 질문은 질문이었다. 오히려 더 큰 질문이었다. 누구인가. 누가. 무엇이. 지금 여기서 숨 쉬고 있는 것이.

그리고 가슴이 떨렸다.

한 번.

두드림이 아니었다. 두드림은 밀어내는 것이고, 이것은 떨리는 것이었다. 종이 울리듯이. 무엇인가 가슴 한가운데에서, 열린 자리에서, 아주 짧게, 떨렸다.

그는 그것을 무엇이라 부를지 몰랐다.

나중에 그는 그것이 심륜(心輪)이라는 것을 배운다. 일곱 바퀴 중 첫 번째. 가슴 한가운데. 깨달음의 씨앗. 나는 누구인가, 의 첫 질문.

그러나 지금 그것은 그냥, 떨림이었다.

한 번의.

그리고 돌이 세 번째로 뛰었다.

아주 작게. 첫 번째와 두 번째 아래에서. 들릴락 말락. 그는 그것을 확신할 수 없었다. 두 번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세었다. 세면 묶인다고 사흘 동안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세었다. 세는 것이 묶는 것이 아니었다. 세는 것도 적는 것이었다.

하나.

둘.

셋.

일곱까지 가려면 넷이 남았다.

그는 그것이 얼마나 먼 길인지 몰랐다. 알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셋이었고, 셋은 하나보다 많았고, 그는 사흘 전 우물 곁에 섰을 때 하나도 듣지 못했다.

---

그리고 그때, 울림이 멎었다.

그는 알았다.

들리지 않아서 안 것이 아니었다. 그의 숨이 갑자기 혼자가 되어서 안 것이었다. 사흘 동안 그의 숨은 노파의 울림 안에 있었다. 굵어질 때 들이쉬고 가늘어질 때 내쉬고. 그런데 지금, 그의 가슴이 부풀었는데, 맞추어 굵어지는 것이 없었다.

혼자 부풀었다.

혼자 꺼졌다.

그는 눈을 뜨지 않았다.

뜨면 보인다. 보이면 묶인다. 그러나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노파가 무엇이 되었는지 이미 알았고,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노파는 말했다. 재로. 그리고 노파는 그의 첫 줄을 듣고 가겠다고 했다.

그는 첫 줄을 적지 않았다.

아직.

그런데 노파는 갔다.

그는 잠시 그것이 이상했다. 그리고 곧 이상하지 않았다. 노파는 그의 첫 줄을 들었다. 그가 적기 전에. 그것은 방금 그의 가슴에서 떨린 것이었다. 한 번의 떨림. 나는, 이 떨어져 나간 질문. 노파는 눈이 없어서 그것을 들었다. 사람이 열리는 소리를.

그것이 첫 줄이었다.

글자가 아니라.

떨림이.

그는 눈을 떴다.

빛.

지붕 아래로 새벽빛이 비스듬히 들어와 있었다. 빛은 재 위에 앉아 있었다. 노파가 앉았던 자리에도.

거기에 재가 있었다.

앉은 모양의 재.

무릎 위에 손을 놓은 모양. 등을 벽에 대지 않은 모양. 고개를 숙인 모양. 재는 그 모양을 아직 지키고 있었다. 바람이 없었으므로. 그가 움직이지 않았으므로.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래.

그가 움직이면 재가 움직일 것이었다. 그가 걷는 만큼만 세계가 움직인다. 이 읍의 첫 번째 법칙. 그는 그것을 고쳐 적었었다. 내가 멈추어도 재는 앉는다. 그러나 앉는 것과 흩어지는 것은 달랐다. 재는 혼자 앉을 수 있었다. 혼자 흩어지지는 못했다. 흩어지려면 누군가 움직여야 했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노파의 모양을 지키면서.

숨만 쉬었다.

아니, 숨이 쉬어졌다.

혼자.

그리고 그 혼자인 숨이, 사흘 동안 노파의 울림 안에서 쉬던 숨과 같은 박자라는 것을 그는 알았다. 굵어질 때 들이쉬고 가늘어질 때 내쉬고. 울림이 없는데도 몸이 그 박자를 지키고 있었다.

울림이 그의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노파가 갔는데, 노파의 소리가 그의 숨이 되어 있었다.

'적었다.'

그는 생각했다.

'노파가 나에게 적었다.'

아무것도 적지 않는 것으로. 사흘 동안. 울림으로.

그는 품에서 비어 있는 것을 꺼냈다.

폈다.

빛 속에서 그것은 비어 있었다. 여전히. 노파가 매일 손을 올리고 아무것도 적지 않았던 것. 그는 거기에 손을 올렸다. 돌을 쥐지 않은 손을. 무거웠다가 가벼워진 손을.

닿음.

그리고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노파처럼.

그것이 그가 노파에게 적는 방식이었다.

한 번의 날숨이 끝날 때까지 손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손을 거두었다.

비어 있는 것은 비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조금 덜 비어 있다고 느꼈다. 눈으로는 같았다. 손으로는 달랐다. 손이 다녀간 자리. 숨이 지나간 자리. 사이가 생긴 자리.

그는 그것을 접었다.

품에 넣었다.

그리고 재의 모양을 향해, 처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숙이면서 내쉬었다.

길게.

날숨이 지붕 아래를 지나갔다.

그리고 재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노파의 모양이 한쪽 어깨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는 그것을 보았다.

묶이지 않았다.

### 八. 길

그는 노파를 묻지 않았다.

묻으면 재가 흙이 된다. 흙이 되면 노파는 이 읍이 아니라 땅의 것이 된다. 노파는 이 읍의 마지막 사람이었고, 이 읍은 재였고, 그러니 노파는 재로 남는 것이 맞았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고, 그 생각이 옳은지 알 수 없었으나, 옳은지 알 수 없는 채로 그렇게 두었다.

다만 그는 재 곁에 오래 앉아 있었다.

무너진 모양 곁에.

빛이 지붕 아래로 깊이 들어올 때까지.

허공이 넓다.

그는 일어섰다.

등에 진 것이 있었다. 품에 비어 있는 것이 있었다. 손에 돌이 있었다. 사흘 전 이 읍에 들어설 때는 등의 것 하나뿐이었다. 지금은 셋이었다. 짐이 늘었다. 그런데 사흘 전보다 가벼웠다.

같은 등의 다른 무게.

그는 그것을 적지 않았다. 이미 적은 것이었다. 다섯 번째 줄. 같은 자리의 다른 무게. 같은 것을 두 번 적지 않는다. 그것도 노파가 가르쳐 준 것은 아니었으나, 그는 알았다.

그는 지붕 아래를 나섰다.

빛.

읍이 있었다. 끊어진 담. 부러진 지붕. 재에 묻힌 길. 둥근 우물. 사흘 전과 같았다. 그러나 사흘 전에 그는 이것들을 보았고, 지금은 이것들 안에 있었다. 보는 것과 안에 있는 것은 달랐다. 보면 묶인다. 안에 있으면 묶이지 않는다. 안에 있는 것은 이미 묶여 있어서, 더 묶일 수 없다.

그는 우물 곁으로 갔다.

내려다보았다.

어둠.

이제 그 어둠 속에는 아무것도 뛰지 않았다. 두드림은 그의 손에 있었다. 우물은 비어 있었다. 완전히. 그는 그 비어 있음이 슬프지 않았다. 우물은 자기 안에 있던 것을 내주었고, 내준 것이 빈 자리를 슬퍼하지 않듯이, 우물도 그럴 것이었다.

'내려가지 않으면 올라오지 않는다.'

노파의 말.

그는 내려갔고 올라왔다. 그러니 이제 이 우물에서 할 일은 없었다.

그는 검은 줄을 보았다. 돌에서 자라난 것 같은 줄. 여전히 거기 있었다. 그는 그것을 만졌다.

닿음.

떨리지 않았다.

떨림은 그의 안에 있었다.

---

어디로 가는가.

그는 그 질문을 들었다. 나는 누구인가, 만큼 크지 않았으나, 지금은 더 급한 질문이었다. 발이 묻는 질문. 발은 답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그는 돌을 가슴에 올렸다.

돌이 뛰었다.

한 번. 가슴에서.

두 번. 배꼽 아래에서.

세 번. 들릴락 말락, 더 아래에서.

그는 몸을 천천히 돌렸다.

동쪽. 노파의 지붕. 세 번의 두드림이 조금 흩어졌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사이가 벌어졌다.

남쪽. 그가 걸어온 길. 더 흩어졌다.

북쪽. 언덕. 발자국. 고른 심장이 갔던 곳. 두드림이 흩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 고르게 바뀌었다. 그의 것이 아닌 박자로 기울었다. 그는 그쪽을 오래 보지 않았다. 그쪽은 나중이었다. 돌이 그것을 알았고, 그도 알았다. 나중.

서쪽.

세 번의 두드림이 겹쳤다.

하나로.

그는 서쪽을 보았다.

읍의 서쪽 끝. 담이 끊어지는 자리. 그 너머는 언덕이 아니라 평지였고, 평지 너머 아주 멀리, 하늘과 땅이 만나는 자리에, 낮은 하늘보다 조금 더 어두운 것이 있었다.

산.

이름을 알 수 없는 산.

그는 그 산의 이름을 몰랐다. 나중에 그는 그 산에 이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명(無名). 이름 없음. 그리고 그 산에서 이름을 묻지 않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지금 그것은 그냥, 세 번의 두드림이 하나로 겹치는 방향에 있는, 어두운 것이었다.

발이 답을 얻었다.

그는 걸었다.

재가 그의 걸음만큼 움직였다.

---

그러나 담을 넘기 전에, 그는 멈추었다.

첫 줄.

노파가 말한 첫 줄. 노파는 그의 가슴이 떨리는 것을 첫 줄로 들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마음속에 다섯 줄이 있었다. 내가 멈추어도 재는 앉는다. 무거운 것이 가벼워질 수 있다. 같은 색의 다른 온도. 사이. 같은 자리의 다른 무게. 그것들은 마음속에 있었고, 마음속의 것은 아직 기록이 아니었다.

기록은 손이 한다.

그는 품에서 비어 있는 것을 꺼냈다.

폈다.

적을 것이 없었다. 붓도, 먹도, 아무것도. 노파도 없었다. 그래서 노파는 아무것도 적었다.

그러나 그는 눈이 있었다.

눈이 있는 사람은 글자를 쓸 수 있다.

그는 지붕 아래로 돌아갔다.

무너진 모양 곁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재에 댔다.

닿음.

따뜻했다.

이 읍의 모든 재는 식어 있었다. 사흘 동안 그는 식은 재만 밟았다. 그런데 노파였던 재는 따뜻했다. 아직. 우물 바닥의 돌처럼. 빛이 닿지 않은 곳에서 따뜻했던 것처럼.

'이 재는 아직 따뜻하다.'

그는 그것을 여섯 번째 줄로 적지 않았다.

그것은 마음속에 적을 것이 아니었다.

그는 손가락에 재를 묻혔다.

그리고 비어 있는 것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한 글자.

들숨만큼 짧은.

그는 그것이 무슨 글자인지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하면 묶인다. 손가락이 알았다. 손가락은 사흘 동안 줄을 잡았고, 돌벽을 스쳤고, 흙을 헤쳤고, 돌을 쥐었고, 식은 것을 쥐었고, 가벼운 것을 받았고, 불 너머로 손을 뻗었고, 재에 닿았다. 손가락이 그 모든 것을 한 글자로 적었다.

그는 첫 줄을 적었다.

---

적히는 것은 글자가 아니라 그대의 맥동이다.

---

비어 있던 것이 비어 있지 않게 되었다.

한 글자만큼.

그는 그것을 오래 보았다. 재로 적은 글자. 회색. 껍질의 어두운 색 위에 회색. 잘 보이지 않았다. 빛에 비추어야 보였다. 그러나 보였다.

같은 색의 다른 온도로 적힌 글자.

그는 그것을 접지 않았다.

접으면 재가 떨어진다. 그는 그것을 펼친 채로 품에 넣었다. 가슴에. 열린 자리 위에. 돌을 그 위에 놓았다. 돌이 글자를 눌렀다. 돌이 뛰었다. 글자 위에서.

세 번.

그는 일어섰다.

재의 모양을 향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숙이면서 내쉬었다.

날숨이 지나갔다.

그리고 재가, 이번에는 더 많이, 무너졌다.

그는 그것을 보았다.

묶이지 않았다.

그는 지붕 아래를 나섰다.

---

서쪽 담을 넘을 때,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보인다. 보이면 묶인다. 그러나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이 읍 안에 있었고, 안에 있는 것은 뒤에 있지 않았다. 등에 진 것처럼. 품에 넣은 것처럼. 손에 쥔 것처럼.

이 읍은 그가 지고 가는 것이었다.

평지가 시작되었다.

재가 얇아졌다.

얇아진 재 아래로 마른 풀이 보였고, 마른 풀 아래로 흙이 보였다. 흙. 그는 사흘 만에 흙을 밟았다. 흙은 재보다 단단했다. 단단한 것을 밟으니 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그는 빨라지는 것을 막지 않았다. 세계가 그의 걸음만큼 움직인다면, 지금 세계는 조금 빨리 움직이고 있었다.

허공이 넓다.

산은 멀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 아주 멀리, 그는 들었다.

고른 두드림.

한 번. 같은 사이. 한 번.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돌이 그것을 알았다. 돌이 아주 조금, 고른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그의 가슴은 기울지 않았다. 그의 가슴은 자기 박자로 뛰었다. 고르지 않게. 살아 있는 것의 박자로. 그리고 그는 처음으로, 그 고르지 않음이 자랑스러웠다.

나중.

그는 그것을 적지 않았다. 나중은 적을 것이 아니라 올 것이었다.

그는 서쪽으로 걸었다.

등에 짐을 지고.

품에 한 글자를 품고.

손에 세 번 뛰는 돌을 쥐고.

숨을 쉬면서.

아니, 숨이 쉬어지면서.

굵어질 때 들이쉬고.

가늘어질 때 내쉬고.

노파의 울림이 이제 그의 것이 되어, 이름 없는 산을 향해, 사이를 만들며, 걷고 있었다.

허공.

그리고 그 허공 속으로, 그는 자기가 무엇인지 모르는 채로, 그러나 그것이 적는 사람의 조건이라는 것을 알면서, 걸어 들어갔다.

첫 줄이 품에서 뛰고 있었다.

그것이 그의 기록이었다.

---

*(제1편 끝 ― 제2편 「무명산(無名山) ― 입정(入靜)」으로 이어진다)*

'칠륜의 기록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칠륜의 기록자 서문 <설정집>  (1) 2025.11.08

토론